프라하 중앙역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드레스덴. 작은 도시라서 하루면 관광명소를 모두 둘러보기에 충분하다. 


긴 비행으로 지친 몸과 정신이 채 회복되기도 전 프라하에 도착하고 바로 그 다음날 아침 드레스덴으로 출발했다. 

한적한 강가 어느 집 지붕에 꽂힌 독일 국기를 보고 국경을 넘었음을 실감했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을 수 있다니 신기한 경험이다. 

탁한 청록색 나무가 바람에 쉴새없이 흔들린다. 급작스럽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몇 차례를 만났고 또 그 덕분에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기차를 내리면 구시가지로 향하는 길목에서 처음 만나게 될 교회.


* 개방 시간 : 10:00~18:00 월~금 / 10:00~15:00 토 / 12:00~18:00 일

* 내부 입장 무료 

* 전망대 입장 : 성인 4유로 / 학생 2.5유로

* 사진촬영 금지



드레스덴 중앙역에서 구시가지를 향해 걷다보면 첫번째로 마주하게 되는 크로이츠(Kreuzkirche)교회, 작센주 최대의 개신교 교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쏟아지는 폭격에 민간인 뿐만 아니라 역사적 의미를 담은 수많은 건축물까지도 힘없이 쓰러졌다.  

드레스덴에서 마주한 역사적인 건축물 대부분은 이렇게 얼룩덜룩한 외관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수백년의 시간과 상처를 몸소 체험하고 카톨릭과 개신교의 반목을 대변한 채로, 200년 전, 그 자리에 지금도 서있다.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 화려한 성화나 조각상에 반대하고 성경을 중시한 개신교의 기본 정신을 대변하는 것처럼 수수하고 은은한 빛을 내는 십자가 성화가 흰색 회반죽 벽위에 돋보인다. 


성당 내부 사진 (구글사진 인용)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스 씨씨 황후가 그 의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나이에 결혼서약을 하고 평생을 그 서약에 책임지면서 살아야하는 당시 결혼의 부당함에 대해 편지를 썼다고 하는 것처럼. 난 끝까지 책임을 지지는 못했지만.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자마자 할아버지 성화로 세례를 받고, 영성체 의미도 잘 모르면서 복사를 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딱 그 나이까지만 집안 천주교 신자로서의 기대에 부응했다. 성인이 되자마자 미사도, 고해성사도, 밤마다 했던 깊고 조용한 마음의 기도도 멈추었다. 



약하고 무지하기 때문에 믿는다. 성인이 되고 난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지 않을만큼 합리적이기 때문에 더이상 믿지 않는다. 무신론자가 되었다. 그렇게 10년이 넘게 지났다. 다시 돌아갈 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성당안 고요하고 거룩한 빛이 내리쬐는 따뜻한 나무의자에 앉아 고개를 들면 어릴적 미사 드렸던 시공간이 문득 떠오른다.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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