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테레지아 동상을 가운데 두고 빈 미술사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이 마주보고 서있다. 유럽의 장모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만큼 광장 한가운데 거대하고 풍만한 초록빛 청동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 개관시간 : 10:00~18:00 / 목요일 10:00~21:00
*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15유로
*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 5유로
회화를 더 선호하는 관계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있는 자연사 박물관은 패스ㅠ
우리는 왕궁보물관-샤츠캄머와 미술사 박물관 두 곳을 입장할 수 있는 티켓으로 구매 20유로. 오디오 가이드 5유로.
관람하고 싶은 곳을 두 곳 이상 미리 정해서 연합권으로 묶어서 구매하는 편이 훨씬 더 저렴하다.
미술사 박물관만 보려면 15유로짜리 일반 입장권을 구매하면 된다.
샤츠캄머와 미술사 박물관 연합권

미술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은 19세기 후반 프라츠 요제프 1세 치하에 신축, 개관되었다.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고트프리드 젬퍼와 칼 하제나우어가 건축 설계에 참여했다. 1891년 완공이 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보물과 명화 등 다양한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다. 맞은편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찍은 미술사 박물관.

미술관 입구. 켄타우로스를 이긴 테세우스

모든 조각과 회화가 다 유명하고 명작이겠지만. 관람하면서 인상깊게 봤던 작품을 사진으로 담았다.
쿤스트카머(Kunst Kammer, 예술가의 방)에 있는 프랑수아 1세의 소금그릇-살리에라 1543년. 벤베누토 첼리니.

프랑스 왕이었던 프랑수아 1세가 주문한 작품으로 소금과 후추를 담는 그릇이다. 삼지창을 쥐고 있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 신전에는 소금을 담고 그 앞에 있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 신전은 후추통이다. 반짝이는 금빛으로 화려하고 장식적이다. 내 생에 황금으로 만든 소금, 후추통을 목격하다니. 결혼하면서 시어머니께 받은 순금 반지, 목걸이도 애지중지 아까워서 서랍장 속에 고이 간직해두고 한번도 못 했는데. 순금 소금, 후추통이라니. 정말 어마어마하다.
초원의 성모 1505~1506년. 라파엘로.

하느님이란 단어를 들으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속 하느님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처럼 성모마리아하면 라파엘로 그림속 성모마리아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같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라파엘로의 작품이다. 그림 중에서 어느 하나를 빼버리면 뭔가 어색해져 버릴 만큼 모든 요소요소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자연스럽고 단순하지만 완벽하다.
인물들 뒤로 멀리 보이는 파란 안개 속 풍경 너머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자리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볼록거울에 비친 자화상 1523~1524년. 파르미자니노.

볼록거울에 비친 화가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우아하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창백할 정도로 하얀 얼굴과 앞가르마에 정돈된 머리, 고급스럽고 세련된 모피 그리고 렌즈 앞쪽 길게 늘어진 그 가운데서도 희미하게 금빛 반지가 반짝거리는 고운 손. 동그란 프레임의 금빛 액자는 화룡점정.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 초상화 1653~1654. 디에고 벨라스케스.

벨라스케스는 궁정화가로 왕과 왕족의 초상화를 그렸다. 검은색 배경 위에 입체감 있는 붉은 커튼과 반짝이는 은빛 드레스가 돋보인다. 품격있는 가운데서도 마르가리타 공주는 귀엽고 또 사랑스럽다.
문득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라스 메니나스(시녀들)> 속 마르가리타 공주 모습이 함께 떠오른다.
2층 계단에서 반층 정도를 더 올라오면 클림트가 제작한 벽화를 볼 수 있다.


클림트 벽화, 그 중에도 이집트 여신은 너무 이쁘고 아름답다. 실제 사람이 서있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그려졌다. 우아하면서도 어쩐지 엄숙한 것 같기도 하고 오묘한 미소를 머문 입가, 고운 살갗과 완벽한 볼륨에 장식까지. 미술사 박물관에서 최고로 돋보이는 벽화이자 명작이라고 생각했음. 구경꾼을 초라하게 만들만큼 너무 이쁜 그림이였다.
빈 미술사박물관의 클림트 벽화는 내가 봤던 동유럽 여행책에서는 대부분 소개가 빠져있었다. 여행책자나 그림책은 회화 위주로만 설명이 되어 있다.
만약 미술사 박물관에 들른다면 이 벽화만큼은 꼭 구경하시길 추천 또 추천함!
농가의 결혼식 1568년. 피터 브뢰헬.


헛간에서 열린 결혼잔치. 술에 취했나 싶은 불그스레한 얼굴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신부가 귀엽다.
정겨운 잔칫날이다.
12시 반쯤 입장해서 문 닫을 때까지 있었으니 우린 5시간 넘게 박물관에 머물렀다. 사람에 따라서 관람 속도가 다를테지만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충분히 감상하려면 적어도 3시간 이상 배분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오디오 가이드는 필수!!
여행책에서 접했던 그림을 실제로 보니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붓 터치감까지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고 만족했다.
액자 프레임 속 수직과 수평, 그리고 곡선의 조화. 빛, 그림자, 색으로 재현한 예술가의 일기. 일기보다 사진이 더 적절한 표현일까.
작품이 어느시대에 그려진 건지, 르네상스 화풍인지 플랑드르 회화인지 제대로 구분 못하는 무식한 여행자이지만.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감상하고 그리고 상상했다.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시간. 그리고 위대한 예술가와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