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슈마르크트 시장을 구경하고 나서 들른 제체시온(빈 분리파 전시관). Karlsplatz역 도보 5분 이내. 카페 뮤제움과도 가깝다. 




클림트하면 키스가 떠오를 정도니까. 대부분 관광객들은 클림트의 키스가 있는 벨베데레에 몰려있나 보다. 제체시온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엄청 한가하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체류시간 2시간. 


* 운영시간 10:00~18:00 / 월요일 휴무

* 요금 : 9.5유로 

* 사진촬영 가능. 

* 오디오 가이드 없음.


제체시온(Secession)을 번역하면 '분리파'.

19세기 말 빈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전통, 과거로부터의 단절을 선언하고 새로운 예술(아르누보)를 추구한다. 이 운동을 이끈 사람은 구스타프 클림트였다. 클림트는 1902년 제체시온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베토벤 프리즈'를 공개한다.
*프리즈(Fries)는 천정과 벽 사이 공간에 그린 그림을 의미함


입장 후 지하로 내려가면 베토벤 프리즈를 볼 수 있다. 전시실 한 가운데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다. 좌>중앙>우 순으로 관람



베토벤 프리즈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은 세 면의 벽,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왼쪽 벽면.  무릎을 꿇은 채로 황금 기사에게 구원을 기도하는 남녀는 고통받고 있는 나약한 인간을 상징한다. 
"The Longing for Happiness" 행복의 열망 




중앙.
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푼과 그의 세 딸 고르곤. 각각 질병, 광기, 죽음을 상징한다. 
오른편으로 세 여성은 욕망, 음란, 방종을 의미한다. 이빨이 드문드문 빠져버린 멍한 표정의 고릴라가 악이 상징이라니.  
갖가지 악덕이 내포된 여성의 모습이 묘하게 매력적이다. 
"The Hostile Powers" 적대하는 힘


완전히 벌거벗은 채로 정면을 보고 있거나 부풀어 오른 배를 다 드러내 놓은 여성이 그려져 있어 

이 그림을 공개할 당시에는 포르노그래피라는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오른쪽 벽면.
천사들이 합창하는 가운데 황금기사는 순수한 사랑 그리고 순수한 행복을 쟁취한다. 
"The Kiss to the Whole World" 온 세계를 향한 입맞춤  





건물지붕 월계수 장식은 제체시온을 상징한다. 입장 티켓이며 안내문이 온통 지붕모양으로 도배되어 있다. 
 





건물 외관. 지붕에 금빛 월계수 잎모양의 구가 얹혀있고 건물 정면에는 “예술의 시대, 자유의 예술”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비엔나 사람들은 이 구를 양배추 머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베토벤 프리즈 외 설치 미술이나 비디오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기획전시를 볼 수 있으나 오디오 가이드도 없고 작품에 대한 안내문도 없어서 이해불가,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살짝 눅눅한 느낌이 드는 지하에서 목 아프게 올려다봐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고 꽤나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토벤 프리즈만큼은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 관람한 작품이나 서양미술사 책에서 접했던 그림과는 느낌이 정말 다르다. 새로운 예술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아르누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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